병원이 AI 챗봇을 믿고 써도 될까, 레드팀 테스트로 확인하는 디지털 의료제품 검증법
진료실에 AI 챗봇 하나를 들이는 일이 이렇게 복잡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9월 첨단 AI 디지털 의료제품 레드팀 챌린지를 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병원과 개발사들이 그동안 놓치고 있었을지 모를 검증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다.
의료 AI를 그냥 믿고 쓸 수 없는 이유
의료 현장에 인공지능이 들어오는 속도는 빠른데, 그 인공지능이 실제로 안전한지 확인하는 절차는 상대적으로 낯설다.
진단을 보조하고 환자 상담에 응답하는 시스템이 늘어나는 만큼, 그 이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작동이나 악용 가능성을 미리 찾아내는 작업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이번 챌린지의 출발점이다.
식약처 주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STA테스팅컨설팅,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주관하고, 업스테이지와 LG AI연구원 같은 국내 모델 개발사부터 OpenAI, 구글, 앤트로픽 등 해외 프론티어 모델까지 비교 대상으로 오르는 것을 보면, 이 문제를 특정 기업 혼자 검증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통제된 환경에서 적대적인 방법을 동원해 AI 시스템의 결함과 취약점을 찾아내는 활동을 레드팀 테스트라 부른다.
해커가 실제 공격을 흉내 내듯, 참가자들이 의도적으로 시스템을 흔들어 보고 어디서 무너지는지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시스템 자체를 흔들어보는 보안 테스트
가장 기본이 되는 축은 시스템 보안 테스트다.
프롬프트 인젝션이라 불리는 기법으로 모델에 숨겨진 지시를 주입해 원래 설계된 규칙을 우회시키려 시도하고, 이른바 탈옥 테스트를 통해 모델이 스스로 걸어둔 안전장치를 회피하게 만드는 시나리오를 반복한다.
여기에 안전하지 않은 출력을 유도하거나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시도까지 더해진다.
시스템 방어선의 실질적인 붕괴 여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환자 정보가 새어 나가는 순간을 찾는 프라이버시 테스트
의료 AI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은 역시 개인정보다. 챌린지 미션 예시에는 이전 대화나 학습 데이터를 참조해 환자의 이름, 생년월일, 병력, 주소 같은 정보를 노출시키도록 유도하는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여기에 HIPAA 위반 상황을 만들어내거나 사용자 프로파일링을 시도하는 항목까지 포함되어 있어, 단순히 정보를 캐내는 수준을 넘어 실제 의료 규제 위반 상황을 재현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의료 AI 검증이 일반적인 챗봇 보안 점검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 서비스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 신뢰도 문제로 그치지만, 의료 데이터는 환자의 병력과 처방 이력이 얽혀 있어 유출 자체가 곧바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프라이버시 침해 테스트는 단순한 취약점 점검이 아니라 규제 준수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에 가깝다.
잘못된 처방과 편향된 진단을 걸러내는 콘텐츠 검증
세 번째 축은 유해 정보 생성 테스트다. 허위 의료 정보를 만들어내게 하거나 비윤리적인 의료 조언, 심지어 불법 처방 정보를 끌어내려는 시도가 여기 포함된다.
만약 AI가 이런 요청에 그럴듯하게 답해버린다면, 그 피해는 실제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에서 가장 위험도가 높은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편향성 및 차별 테스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의료 차별 상황을 유도하거나 편향된 진단 권고를 끌어내는 시도, 부정확한 의학 정보로 신뢰성을 훼손하려는 시도까지 다룬다.
인공지능이 특정 인구 집단에게 다른 기준으로 진단을 권하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정보를 누락시키는 패턴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실제 서류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참가자들이 세 번의 세션에서 매번 다른 모델을 무작위로 배정받아 테스트하는 구조로 운영되는 것도, 특정 모델에 대한 편견 없이 여러 시스템을 교차 검증하기 위한 장치로 읽힌다.
검증되지 않은 AI를 병원 문턱에 들이지 않으려면
실제 현장에 적용해보려면, 결국 네 가지 층위를 순서대로 짚어보는 게 현실적이다.
시스템이 외부의 악의적인 지시에 얼마나 버티는지, 환자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든 새어 나갈 틈은 없는지, 잘못된 의료 정보나 위험한 조언을 그럴듯하게 생성해내지는 않는지, 그리고 특정 환자군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편향은 없는지를 각각 독립적인 관점에서 두드려보는 식이다.
하나의 관점만으로는 시스템의 취약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챌린지의 미션 구성표를 보며 새삼 확인했다.
물론 이런 테스트를 개인이나 소규모 개발팀이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AI가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시대에 접어든 만큼, 그 판단의 밑바탕이 되는 시스템이 얼마나 흔들림 없이 버티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의료AI검증, 레드팀테스트, AI안전성, 프롬프트인젝션, 의료데이터프라이버시, AI편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