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도 아찔한 순간
"테스트 완료. 이상 없음!" 자신 있게 Pass를 외쳤던 기능에서 하루 뒤 긴급 버그 리포트가 올라옵니다.
"이거 왜 확인 안 됐어요?" 라는 질문에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분명히 수십 번도 더 반복하며 확인했던 테스트 케이스인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만약 이런 경험이 있다면 자책부터 하지 마세요.
이는 테스터 개인의 역량이나 성실함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뇌가 가진 자연스러운 한계, 바로 *주의력 저하(Inattentional Blindness)'의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에서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이 현상은 소프트웨어 테스트에서 아주 흔하게 발생합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용어의 탄생: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심리학 실험 이야기
이 용어는 1999년,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다니엘 사이먼스(Da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가 진행한 한 편의 실험에서 탄생했습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인간의 '주의력'이 얼마나 선택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실험 과정은 이렇습니다:
미션 부여: 실험 참가자들에게 짧은 비디오를 보여주며 다음과 같은 미션을 줍니다.
"영상 속에서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 농구공을 몇 번이나 패스하는지 정확히 세어주세요."
영상 재생: 영상에는 흰색 옷을 입은 팀과 검은색 옷을 입은 팀, 총 6명이 등장해 정신없이 움직이며 공을 주고받습니다.
참가자들은 오직 '흰색 팀의 패스 횟수'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합니다.
예상치 못한 등장: 영상이 재생되는 중간에, 고릴라 옷을 입은 한 사람이 화면 중앙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향해 가슴을 몇 번 쿵쿵 두드린 후, 천천히 화면 밖으로 사라집니다.
이 고릴라는 약 9초 동안 화면에 머물렀습니다.
충격적인 결과: 영상이 끝난 후, 연구자들은 패스 횟수를 묻고 나서 핵심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혹시 영상에서 고릴라를 보셨나요?"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의 약 50%, 즉 절반가량이 고릴라의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고릴라요? 그런 게 있었어요?"라며 오히려 반문했습니다.
용어의 탄생과 그 의미
이 실험은 인간의 뇌가 특정 과제에 집중할 때,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다른 명백한 시각 정보조차 완전히 무시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과학적 용어: 이 현상을 설명하는 정식 심리학 용어는 '비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입니다.
즉,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보지 못하는 '맹인 상태'라는 뜻입니다.
대중적 용어: 하지만 이 실험이 너무나도 유명해지면서, 실험의 상징과도 같았던 '보이지 않는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가 이 현상을 가리키는 훨씬 더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특정 심리학 실험의 상징적인 이름이, 그 실험이 증명한 '비주의 맹시' 현상을 가리키는 대중적인 용어로 굳어진 것입니다.
이 용어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는지를 경고하는 강력한 비유가 되었습니다.
테스터가 "로그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라는 테스트 케이스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면, 바로 옆에 있는 버튼의 깨진 아이콘이나, 메뉴의 명백한 오타 같은 버그를 놓치게 되는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은
절대 테스터가 게으르거나 꼼꼼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의 임무에 너무 충실하고 집중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뇌의 작용입니다.
그래서 페어 테스팅이나 테스트 자동화 같은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한 것이죠.
마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처럼, 익숙한 화면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명백한 오류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죠.
오늘은 이처럼 테스터를 괴롭히는 반복 업무의 늪에서 벗어나, 팀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 방안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두 개의 눈은 하나보다 낫다:
프로세스 개선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혼자' 테스트하는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페어 테스팅 (Pair Testing): 가장 강력한 해결책입니다.
두 명의 테스터가 하나의 PC 앞에 앉아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한 명은 직접 조작하고, 다른 한 명은 관찰하며 질문을 던지고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서로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잡아주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줍니다.
담당자 순환 (Role Rotation):
매번 같은 사람이 같은 모듈을 테스트하면 주의력 저하는 필연적입니다.
주기적으로 테스트 담당 영역을 교체해 보세요.
새로운 담당자의 '신선한 눈'은 기존 담당자가 무심코 지나쳤던 문제를 발견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탐색적 테스팅 (Exploratory Testing) 도입:
정해진 시나리오(TC)의 노예가 되지 마세요. "로그인 기능 테스트 30분"처럼 시간을 정해두고, 테스터의 경험과 직관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시스템을 탐색하며 테스트하는 시간을 확보하세요.
이는 테스터의 집중력을 높이고,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의 버그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기계에게 반복을, 사람에게 창의를: 테스트 자동화
단순하고 반복적인 회귀 테스트는 인간 테스터의 집중력을 갉아먹는 주범입니다.
회귀 테스트 자동화: "로그인이 되는가?", "게시글이 정상적으로 등록되는가?"와 같이 배포 전마다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핵심 기능들은 자동화 스크립트로 만드세요.
기계는 지치거나 실수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시간과 에너지를 사람은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테스트에 쏟을 수 있습니다.
시각적 회귀 테스트:
버튼의 위치가 1px 틀어지거나, 폰트 색이 미세하게 바뀐 것을 매번 눈으로 찾아내는 것은 고문과도 같습니다.
스크린샷 비교를 통해 UI 변경점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도구를 활용하면 UI 관련 실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3. 실수는 성장의 기회:
건강한 문화 만들기
이미 실수가 발생했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팀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투명한 공유와 빠른 조치:
실수를 인지한 즉시 숨기지 말고 팀에 공유하여 영향 범위를 파악하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난 없는 회고 (Blameless Post-mortem):
"누가 잘못했나?"가 아닌,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회고 문화를 만드세요.
개인의 실수를 시스템 개선의 신호탄으로 삼는 팀은 반드시 성장합니다.
결론: 당신은 품질의 수호자입니다
테스터가 동일한 TC를 반복하다 실수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지적 현상입니다.
이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순간, 팀의 품질은 정체됩니다.
오늘 제안 드린 페어 테스팅, 테스트 자동화, 그리고 비난 없는 문화를 통해 반복 업무의 함정에서 벗어나세요.
당신의 지친 눈을 동료의 눈과 기계의 눈으로 보완할 때, 비로소 우리는 놓치는 버그 없이 더 견고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실수는 실패가 아닌, 우리 팀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소중한 신호입니다.
'블랙박스 테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명주기 또는 버그 수명주기 결함 -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 (0) | 2018.12.19 |
---|---|
테스트 관리자 / 리더 인터뷰(면접) 질문 20 위 (0) | 2018.12.18 |
2018 년 최고의 25 가지 테스트 관리 도구 (0) | 2018.12.17 |
소프트웨어 테스팅을위한 테스트 환경 (0) | 2018.12.09 |
테스트 계획 템플릿 : 샘플 데이터가있는 문서 다운로드 (0) | 2018.12.09 |